우리 개는 좋은 개가 아니에요.

'우리 개는 좋은 개가 아니에요'

 약국에 오신 보호자분들에게 백신을 접종했는지 구충제를 먹였는지 여쭤봤을 때 가끔 듣게 되는 말입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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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몸값이 비싼 개가 아니므로 그런 약을 사서 해줄 만한 가치가 없기에 그동안 안했다는 뜻입니다.

 그럼 좋은 개는 무엇일까요?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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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도그쇼에서 챔피언을 먹고 우아한 자태를 뽐내는 개가 좋은 개일까요?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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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아니면 몸값이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짱오나 이런 희귀품종의 개가 좋은 개일까요?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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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흔히들 '좋은 사람이다'라고 표현할 때는 그 사람이 좋은 직업을 가졌다 혹은 돈이 많다를 뜻하지 않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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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배려심과 이해심이 뛰어나 부드러운 성격을 가져 주변과 조화롭게 살아가는 사람을 일컫 습니다.

 왜 사람한테는 좋다는 표현을 성격을 이야기할 때 쓰고 개한테는 몸값을 이야기할 때 쓸까요?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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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생명이지만 돈을 주고 사 왔기 때문에 그 가치를 값으로써 평가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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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첫 단추부터가 잘못되었다는 생각도 드네요.

하지만 동물과 보호자 사이에는 교감과 유대 그리고 사랑이라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가 존재합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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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온종일 힘든 일과에 지친 몸으로 집에 왔을 때, 해맑게 반겨주는 아이들을 통해 위안을 얻을 수 있고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피로감을 느낄 때, 조건 없는 사랑으로 우리들을 치유해주기도 합니다.

 이 가치를 제외한 채 그 아이의 품종이나 겉모습만으로 값을 매기고 평가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것인가 우리는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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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귀가 쫑긋한지 주름이 더 깊은지 체격이 얼마나 작은지 이러한 평가 기준은 결국 동물을 상품화시킬 뿐입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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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상품이라기보다는 새로운 가족으로 바라보아야 키우다가 병들고 늙었다 하여 버리는 일이 사라질 것이고 몸값보다 치료비가 비싸다고 치료를 포기하는 일도 보다 줄어들지 않을까 합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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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저희 집에는 몽이라는 이름을 가진 9살짜리 푸들이 있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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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두 번의 골절로 인해 그간 4백만원정도 치료비가 들어간 몽이의 분양 비용은 35만원입니다.

400만원은 부담스러웠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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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아직 약대생이었던 시절이라 수입이 없었고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키운 아이였으니까요.

부담스럽긴 하지만 어쩔 수 있나요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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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다음부턴 내가 더 잘 돌봐야겠다 했지요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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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이 부분은 많은 반려동물 보호자분들께서 공감하실 거란 생각이 듭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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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핸드폰이나 자전거의 경우 35만원 주고 샀는데 수리 비용이 400만원이면 버리고 새로 사는 것이 현명한 행동일 겁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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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하지만 이러한 경우에도 아버지 어머니와의 소중한 추억이 깃들어 특별한 물건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죠.

우리는 관계 속에서 가치를 부여합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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처음 시작은 오천원, 만원짜리 강아지였을 수도 있으나 시간이 지나 쌓여온 관계 속에서 그 아이의 가격표가 사라지고 가족이 되길 바랍니다.

우리 개는 모두 다 좋은 개입니다.

고창현약사

대한동물약국협회 학술이사

광주동물약국 // 나래종로약국 대표약사

광주 북구 약사회 약학이사